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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의 민주주의 흉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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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물

대한민국 국회의 민주주의 흉내내기

<채수경 칼럼> 국회의사당 '로텐더홀' 속의 민주주의

모방(模倣)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사물의 본질을 중시한 플라톤이 모방을 배척했던 것은 겉모양만 닮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서였고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모방을 단순한 복사가 아니라 실재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으로 간주하여 예술의 본질로 파악했던 것은 겉모양뿐만 아니라 속까지 모방하다 보면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걸 ‘미메시스(mimesis)’라고 한다. 플라톤이 배척했던 모방이 ‘흉내’였다면 아리스토텔레스가 높이 평가했던 ‘미메시스’는 ‘본(本)받기’였을 것이다. 나무 목(木)과 지표면을 표현한 일(一)이 합쳐진 본(本)은 나무의 지표면 아래 즉 ‘뿌리’를 뜻했으나 그게 은유적으로 쓰여 ‘근본’ ‘기원’ ‘바탕’ 등의 의미가 추가됐다.
 
한국인들은 ‘흉내’는 잘 내지만 ‘미메시스’는 서툴다. 해방 후 미국의 도움으로 정부를 출범시키면서 도입된 민주주의만 해도 그렇다. 소꿉놀이 하듯 입법·사법·행정 3권분립제를 채택하긴 했지만 헌법기초위원회가 내각책임제를 채택하자 “대통령제를 안 하면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렸던 제헌의회 의장 이승만은 국부를 자처하면서 독재를 일삼다가 권좌에서 축출됐고, 일본군 장교 출신으로서 해방 후 남로당 가입 전력이 드러나 숙군 대상으로 몰렸다가 겨우 살아난 박정희는 탱크로 민주주의를 짓밟은 후 ‘한국적 민주주의’가 어쩌고저쩌고 종신 대통령을 꿈꾸던 중 니나노 술판에서 고향 후배가 쏜 총에 맞고 죽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사 밥을 꽤나 오래 먹었다는 전 월간조선 사장 조갑제 같은 사람까지 “이승만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민주주의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고 헛소리를 해대는 것을 보면 그간 한국인들이 민주주의가 뭔지도 모르고 흉내만 내왔다는 것을 실감한다.
 
민주당 의원들의 점거 농성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지게 된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아직도 ‘붕어빵’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웅변한다.

  1966년 국회의사당건립위가 발족하여 남산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독재자 박정희가 “국회에서 청와대를 내려다보게 할 수는 없다”고 우겨 여의도로 밀려났고, 당초 한국적 조형미를 추구하여 지붕에 기와를 얹으려 했으나 미 의회 의사당을 구경하고 온 박 대통령이 돔을 얹으라고 지시하자 설계가 바뀌었으며, 그 돔 아래 대형 홀 또한 미 의회의사당의 ‘Rotunda’를 흉내 내 ‘로텐더홀’ 이름으로 부르게 됐었다.

독재자가 입법부 의사당 입지와 설계를 제멋대로 변경한 것도 비민주적이거니와, ‘로텐더홀’은 지붕이 있는 원형건물이나 둥근 천장의 원형 방을 뜻하는 ‘Rotunda’와 ‘방’을 뜻하는 ‘Hall’을 합쳐놓은 것으로서 의미 중첩일 뿐만 아니라, 실제 국회의사당의 ‘로텐더홀’은 원형도 아니고 천정 또한 사각이기 때문에 ‘Rotunda’로 불려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 비상식적인 ‘로텐더홀’에서 여당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은행과 방송을 재벌들에게 넘겨주려는 반민주적인 법안들을 밀어붙이고 야당은 공사장용 망치를 휘두르며 맞선 작금의 추태야말로 한국의 민주주의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사건이었다는 데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하리라고 믿는다.
 
‘로텐더홀’에서 민주주의 흉내를 낸다? 엊그제 뉴욕타임스는 그걸 ‘the nation's feisty brand of democracy’라고 점잖게 비웃었었다. ‘feisty’는 ‘팔팔한’ ‘성질 급한’이라는 의미의 구어, 거기에 ‘상표’를 뜻하는 ‘brand’에서는 ‘한국식 민주주의’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민주주의와는 전혀 다르다는 냉소가 읽혀진다.

 부끄럽다. ‘Rotunda’ 없는 ‘로텐더홀’의 이름을 상식에 맞게 바꾸고 민주주의 흉내만 낼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민주주의의 본질을 차근차근 깨우쳐 자유와 인권을 신장시켜나가기 바란다.
 <채수경 /뉴욕거주 언론인> 뉴민주닷컴 http://www.newminjoo.com/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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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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