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심장부를 겨냥한 사정당국의 거침없는 사정 드라이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막다른 길에 몰리고 있다. 검찰이 12월4일 친형인 노건평씨를 구속한 데 이어 ‘노무현의 남자’로 알려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도 농협 자회사 휴켐스 인수를 고리로 정대근 전 농협회장과의 ‘검은 커넥션’이 드러나 검찰의 칼날을 맞았다. 뿐만 아니라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유족들이 노 전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며 법적 고소 의사를 천명함으로써 엎친 데 덮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코너 몰린 노무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형 노건평씨 구속 이후 입을 굳게 닫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방문객과의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설 때의 얼굴 표정에는 착잡함과 침통함이 가득차 있었다. | |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은 뒤 자살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유족들이 노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로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생방송으로 진행된 특별 기자회견에서 형 노건평씨가 남상국 전 사장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3000만원을 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고 크게 성공한 분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하는 일이 이제 없으면 좋겠다”고 발언, TV를 통해 이를 본 직후 남 전 사장이 한강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상국 유족, 노 전 대통령 고소남 전 사장의 부인 김선옥(57)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노건평씨를 찾아가 사장 연임을 부탁하며 머리를 조아린 적이 없다. 오히려 대우건설을 끌어들이려 했던 노씨의 처남인 민경찬씨 등이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 변호인인 이헌 변호사는 “유족들은 남 전 사장이 인사청탁 목적으로 돈을 건넸다는 혐의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있고 현재 노 전 대통령의 형(건평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옛 일이 다시 거론돼 상당히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며 형사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노건평씨는 2004년 당시 남 전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유족측 변호인 이헌 변호사는 “유족들은 노건평씨 비리사건으로 남 전 사장 사건이 다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괴로워하고 있다”며 “유족들은 노 전 대통령 발언이 남 전 사장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사과요구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남 전 사장은 청탁을 하지 않았고, 돈을 준 것도 대우건설을 끌어들이려 했던 민경찬(노건평 처남)씨와 다른 사람들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민씨가 “연임을 도와줄 테니 건물을 싼 값에 지어달라”면서 남 전 사장에 접근했다는 검찰의 수사기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말이 많은 분이 이 부분에는 침묵하고 있다”며 “사과는 노 전 대통령 측이 결정하겠지만 현재로선 기대하지 않고 있다.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크게 성공하신 분이 별 볼일 없는 시골사람에게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2004년 TV 공개비난 직후 자살한 남상국 사장 유족, 노 전 대통령 고소 유족측 변호사 “그렇게 말 많던 분이 침묵…일이 이렇게 진행돼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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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노무현 사과하라”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고 남 전 사장의 가족들 이야기가 신문에 나오고 있다. 읽는 그 자체로도 가슴 아프기 이를 데 없다. 지난 5년여 그 가족들이 품었을 깊고 깊은 바닥을 모를 슬픔이 오죽했겠느냐”며 “고(故)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가족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전 의원은 “노 대통령 재임시 국회에서 초읽기 탄핵 움직임이 있을 때 기자회견을 자청했다”며 “그날 전국에 생중계된 TV화면에서 그는 국민을 협박하고 우리 사회에 으름장을 놓았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그날 내 가슴을 탁 치게 만든 말은 다음과 같은 발언이었다. ‘대우건설의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전 국민이 최대의 관심을 갖고 보는 탄핵 전날 TV회견에서 4000만 국민 앞에서 한 개인의 실명을 찍어 저리도 심한 말을 했다니 기막힌 일이 아니냐”며 “남 전 사장은 아버지이고, 남편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지아비가 그러하듯 온 세상의 수모와 멸시를 다 받아도 집에서만은 존경받는 가장일 것이다. 그 가장을 가족 앞에서 실명을 거명하며 인격살인을 하다니 나는 과연 저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란 말인가 하고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전 의원은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인데 그 대통령이 오히려 한 국민이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을 보고 분노했다. 고 남 전 사장의 죽음은 탄핵 가결의 커다란 동기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고 남 전 사장 가족에게 사과하라. 별 볼일 없는 형님의 3000만원부터 30억원에 이르는 패가망신할 뇌물수수에 대해서도 국민들 앞에 엎드려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2월22일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