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0년 전 해남에 나타난 상상동물…만의총이 품은 고대 해상교류의 흔적 만의총 1호분서 출토된 ‘토우 장식 서수형토기’ 해남뉴스 박충배 편집 및 논설위원 news@hbcnews.kr |
| 2026년 07월 24일(금) 22:32 |
![]() |
사진 속 유물은 해남군 옥천면 성산리의 ‘해남 옥천 만의총 고분군’ 1호분에서 출토된 토우 장식 서수형토기(瑞獸形土器)다.
‘서수’는 현실에 존재하는 특정 동물이라기보다 좋은 징조를 나타내거나 재앙을 막는다고 여긴 상서로운 상상동물을 뜻한다. 이 토기는 새나 말·용을 연상시키는 머리와 몸체, 꼬리 모양을 결합한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으며, 몸체 위에는 그릇의 주입구로 보이는 부분과 사람 모양의 토우가 표현돼 있다.
일반 생활용기와 달리 조형성이 강하고 무덤 안에서 출토됐다는 점에서, 연구자들은 액체를 담거나 따르는 용기이면서 장례·제사와 관련된 의례용 부장품이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상상동물의 모습에는 죽은 이의 안녕과 재생, 다산과 생명력,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의 바람이 담겼을 수 있다.
다만 당시 사람들이 이 동물과 인물상을 어떤 신이나 신앙 대상으로 인식했는지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구체적인 상징을 하나로 단정하기보다 고분의 성격과 함께 해석해야 한다.
만의총 1호분에서는 이 토기와 함께 백제계·신라계·가야계 토기, 청동거울과 금·은 장식품, 철검·철촉, 왜계 조개팔찌 등 1천여 점의 유물이 확인됐다. 이러한 복합적인 유물 구성은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초 해남지역 세력이 영산강 유역은 물론 가야·신라와 일본열도까지 연결되는 교류망에 참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고고학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신라권에서 주로 확인되던 토우 문화와 서수형토기가 한반도 서남단인 해남에서 함께 발견됐다는 사실은 단순한 물품 이동을 넘어 제작기술과 장례의식, 지배층 문화까지 폭넓게 교류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만의총 1호분은 내부 목관과 외부 석곽을 결합한 독특한 무덤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러 지역의 권위품이 함께 묻힌 점을 고려하면 피장자는 해남 일대의 유력한 토착세력이거나 해상·육상 교역망을 관리했던 지배층 인물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제무역상’이나 특정 정치세력의 수장으로 규정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해남 옥천 만의총 고분군은 삼국시대 해남이 변방에 고립된 지역이 아니라 서남해 해상교통과 내륙 교역을 잇는 고대사의 접점이었음을 증명한다. 사진 속 작은 상상동물은 1,500년 전 해남 사람들이 품었던 신앙과 예술, 그리고 바다 건너 세계와의 교류를 오늘에 전하는 귀중한 역사자료다.
사진 설명
해남 옥천 만의총 1호분에서 출토된 토우 장식 서수형토기. 상상동물을 형상화한 몸체 위에 사람 모양 토우와 주입구가 결합돼 있다. 장례의식에 사용된 특수한 액체용기이자 당시 해남세력의 광역 문화교류를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된다.
※ 만의총 고분군은 삼국시대 고분 3기로 구성된 전라남도 기념물로, 해남군 옥천면 성산리에 자리한다. 유물의 상징과 사용 목적에는 여러 학술적 견해가 있어 단정적인 해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해남뉴스 박충배 편집 및 논설위원 news@hbc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