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9월 충북 제천에서, 개학을 하루 앞둔 여고생이 건물에서 투신해 숨진 일이 있었다. 경찰의 수사 결과, 해당 여고생은 쇼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선배와 또래 학생들에게 협박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피해 여고생은 이런 지속적 괴롭힘의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학생을 죽음까지 내몰았던 스트레스는 얼마나 괴로웠던 것일까? 죽음까지 내몰 정도의 집요한 괴롭힘을 그 어린 학생은 홀로 견뎌내야 했으리라. 꽃다운 나이에 그런 일을 겪었을 학생을 생각하자면 안타까운 한편, 어째서 그녀는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왜 그녀는 도움을 청하지 않은 걸까? 왜 홀로 묵묵히 그 고통을 견뎌낸 걸까? 슬프게도 그 대답을 그녀에게 직접 물어볼 수가 없다. 그저 그간의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추론할 수밖에야. 학교폭력 피해자는 더러는 알리는 것이 무서워서, 혹은 일을 키우기 싫은 마음에 스스로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을 당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학교폭력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일 것이다. 그간 학교는 “학교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라는미명을 위해 학교폭력을 감추기 급급하였고, 몇몇 어른들은 “왜 잘 되가는 데 말썽을 일으키느냐?”고 말하며, 피해자를 질타해왔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알리는 순간, 학교의 평화가 깨지고, 자신은 말썽을 일삼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러한 무서움이 학교폭력의 고통을 홀로 견뎌내야 하고 때때로 죽음으로 몰아가는 수준까지 이른 것이다.
충북 제천의 사례처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학교폭력은 더욱 은밀해졌다. 가해학생은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이 편한 시간, 편한 장소에서 피해학생을 괴롭힐 수 있게 된 것이다. 피해학생이 입을 다물고 있는 이상, 그런 은밀한 폭행은 밖으로 드러나기 힘들다.
학교폭력의 은밀성은, 한 때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가져온 미투 운동과도 비슷해 보인다. 2018년 1월경, 서지현 검사의 검찰청 내부 성추문 폭로로부터 시작된 미투 운동은, 그간 우리 사회에 불문율로 감쳐져 있던 추악한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검찰 정도 되면 사회적 위신 또한 상당할 터인데, 그런 사람들도 성추문의 피해자가 된 것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 것이다. 더욱이 자신의 폭로로 인해 검사로서의 자신의 위신에 끼칠 악영향을 감당하고, ‘나도(me too)’를 외친 용기에 감탄하기도 했다.
미투 운동은 그간 한국사회가 그 위신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한 개인에게 부조리한 불문율을 강조해온 사례라 할 것이다. 그리고 슬프게도 우리 학교의 어린 아이들 역시 그런 불문율을 잘 따르고 있다.
학교폭력을 부숴 없애는 것도 미투 운동과 같다. 피해자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우리 사회의 불문율 때문에 몹시 힘에 겹겠지만, 용기를 내어 말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도움의 손길을 청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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