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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지에 마침표를 찍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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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물

해남군지에 마침표를 찍으며

박태정/해남문화원 사무국장


▲  박태정 해남문화원 사무국장   © 해남뉴스
밀린 방학숙제를 끝낸 것처럼 홀가분한 기분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활자 속에 갇혀 지냈는지 모른다. 2010년에 시작했으니 장장 5년여 만에 그 끝을 보았다.

󰡔해남군지󰡕는 해남군의 역사와 문화를 집대성하고, 정치·행정·산업·사회·교육·인물 등 각 분야의 발전상을 체계적·종합적으로 정리하며, 문화적 긍지와 애향심을 고취시키고, 지역개발과 문화 창달에 기여할 목적으로, 1995년에 간행된 󰡔해남군사󰡕 이후 20년 만에 출판되었다.

문화원 사무국장이 되어 해남군지 초고를 처음 보았을 때가 생각난다. A4용지 양면에 두툼하게 복사한 검토본 책자 두 권이 사무실 책장에 꽂혀 있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하고 훑어보았다. 목차도 없고 원고만 취합해 놓은 상태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세부목차를 작성하고, 내용 점검에 들어갔다. 비교적 충실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역사 부분은 해남사가 아닌 한국사를 기술하고 있었다. 마치 집필자의 기존 논문 말미에 해남을 덧붙여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대로 발간했다가는 배포도 못하고 폐기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찬실무위원회를 새롭게 꾸리고 대대적인 원고 수정에 들어갔다. 지역의 여론 주도층과 향토사학자들을 중심으로 원고 검토 작업을 병행하는 한편 검토자와 집필자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도 개최했다. 이렇게 3년 가까이 다듬어야 했다. 그런 군지가 올 4월 드디어 2,140면, 4권, 1,200부로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각 시군에서는 통상적으로 약 15년에 한 번씩 시·군지를 발간하고 있다. 2010년에 시작한 󰡔해남군지󰡕는 애초 3개년 계획으로 2012년 9월에 발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발간을 앞두고 편찬실무위원회의 검토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여명으로 구성된 2차 지역검토위원회가 꾸려져 검토가 이뤄졌으며, 검토본을 토대로 2차 수정작업에 들어가 해남의 역사편(선사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을 비롯해 정치, 문화, 인물, 유교유적 부분을 보강하였다. 다시 2013년에 발행을 앞두고 지역의 향토사학자를 중심으로 3차 검토 요구가 있어 10여 명으로 구성된 3차 검토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검토 이후 집필자, 검토자, 편찬실무위원이 참가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그 후 토론회에서 합의된 안으로 조선시대 해남 현감·우수영 수사에 대한 선생안이 추가되었고, 책명도 ‘군사’라는 무거운 이름보다는 종합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군지’로 변경하게 되었다.

군지는 개인의 기록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의 검토와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검토자들의 날선 비판과 수정 요구에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이를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은 나 또한 군지의 원고에 대해 제3자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군지의 발간이 늘어지면서 오는 스트레스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2차 검토 요구, 3차 검토 요구, 그리고 2014년 6·4 지방선거 등으로 총 3차례에 걸쳐 군지 발간이 연기되었다. 발간의 연기는 단순히 기간의 연장 차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집필자들의 원고는 인용 및 통계자료의 기준이 2010년이었다. 4~5년의 공백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그 사이 변화된 해남 사회 또한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후 15년 후에 다시 군지를 편찬한다고 해도 현 군지의 발간년도를 기준으로 할 테니 어쩌면 지연된 기간은 공백의 역사로 남을 수도 있겠다는 조바심도 한몫했다.

지역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군지는 과거보다는 현재에 민감하다. 그것도 인물과 관련된 부분이 제일 민감한 부분이다. 연관된 인물들이 모두 현재형이기 때문에 자칫 거센 반발이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남군지 또한 이 부분을 비켜갈 수 없었다. 거친 원석 같은 초고를 검토과정에서 여러 차례 다듬어야했다. 특히 보궐선거 부분은 신문 기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 수정이 불가피했다.

해남군지 편찬에서 아쉬웠던 점은 하권에서 다룬 인물편이었다. 과거의 인물에 집중하다보니 근현대 인물에 소홀해졌다. 특히 학계, 재계, 언론계, 스포츠계, 정계, 법조계 등을 다루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다음에 발행하게 될 군지에서는 이에 대한 보완이 절실하다.

이번에 출간한 해남군지는 역대 가장 훌륭하게 만들어진 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해남의 대표적인 향토사학자인 임상영 선생은 이번에 발행한 해남군지에 대해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군지”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해남문화원 이사진들도 그간 해남문화원이 많은 책을 발행했지만 이번 군지에 대할 책이 없었다며 가장 책다운 책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4월 16일 군지 배포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는 것 또한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해남은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그래서 더욱 잠재력이 있는 넉넉한 고장이다. 그러나 너무 풍부해서 무엇을 해남의 빛깔로 내어놓아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빛깔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번 생각해 보자. 해남은 어떤 빛깔일까? 사방에 펼쳐진 들판의 초록일까? 외곽을 두르고 있는 서남해의 푸른빛일까? 아니면 새색시 연지 같은 산이면 황토의 붉은 빛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 모두가 어우러진 빛깔일까?

전국민이 가장 가보고 싶은 곳 1위라는 땅끝, 그러나 가장 많이 가본 곳 1위는 아니라고 한다. 아마 땅끝에 서면 모두가 숙연해지나 보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절망의 순간, 아스라한 끝을 향해 가보고 싶은 것은 인간의 공통 정서일 것이다.

해남군지는 이처럼 해남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현재와 과거를 모두 담고 있다. 책을 만든다는 것은 머릿속에 있던 추상적인 부분을 구체적으로 체계화해 독자에게 보여주는 과정이다. 이번에 발행한 해남군지를 통해 해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유무형의 모습을 개략적이나마 그렸다고 평가해본다. 이 바탕 위에서 해남이 보다 더 아름다운 빛깔로 거듭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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